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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자금은 어떻게 확보해야할까요? 크게 두가지로 구분됩니다: 자기자본을 늘리거나(주식 발행), 타인자본을 끌어오거나(부채 발행). 여러분이 스타트업의 대표라고 생각해 봅시다. 멋진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뛰어난 인력 구성까지 완료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매출은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매달 꾸준히 운영비는 나가고 납입한 설립 자본금은 거의 다 떨어져 갑니다. 은행에서 빚을 내고 싶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source: 우리은행‌, note: 제1금융권에서 사업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선 우량한 신용등급이 필수다.

따라서 초기 회사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지분 투자를 유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서, 어떻게, 얼마나 자금을 유치해야 할까요? 필자는 창업 후 시드 투자 유치를 위해 총 30여개의 기관투자자와 미팅을 진행했고, 3개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 확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콜드 메일(Cold mail)을 보낸 횟수는 집계해 보지 않았는데 너끈히 100여회는 넘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본 글을 통해 투자 유치 준비 과정 부터 딜을 마무리하기 까지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예비(초기) 창업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사전 준비

우선 사업의 경쟁력과 필요한 자금 등에 대해 작성한 IR(Investor Relations)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IR 자료 작성법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을 통해 설명드릴 예정입니다.

투자자 탐색

IR 자료가 준비되었다면 우리 회사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은 벤처투자사(VC)를 찾아야 합니다. 회사의 성장 단계와 속한 산업군에 따라 궁합이 맞을만한 VC를 핀포인트로 공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2022년말 기준 등록된 창업투자회사는 총 231개, 운영중인 조합은 1,737개로, 모든 기관과 컨택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우선, 경쟁사 또는 유사회사에 투자한 기관을 검색하여 모집단을 줄여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에 대한 통계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많이 높아진 편입니다. (thevc, 혁신의숲, 넥스트유니콘) VC에 따라 특정 산업군(바이오·블록체인·소부장)에 특화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에 해당된다면 적극 어필을 해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극초기 기업의 컴퍼니 빌딩에 집중하는 경우에는 액셀러레이터(AC)라고 불리는데, 대표적으로 국내에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퓨처플레이 등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thevc에서는 자주 조회되는 엑셀러레이터에 대한 정보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source: 플래텀, note: 컬리는 Pre-IPO 투자 유치(2021년 12월) 전까지 무려 시리즈 F 라운드 투자를 유치 했다.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시리즈 A", "시리즈 B"는 투자 회차에 따라 편의상 구분하는 것으로,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알파벳 순서가 빠를 수록 초기 기업입니다. 특별히 최초 투자 라운드는 시드 투자, IPO(기업공개) 직전은 Pre-IPO 라고 부릅니다.

벤처투자사가 자기자본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전주(LP)'에게 자금을 위탁 받아 조합(펀드)을 결성하여 특정 기간(5년, 10년 등) 동안 자금을 운용합니다. 벤처투자 펀드는 주목적/비(非)주목적 재원으로 구분되는데, 펀드마다 주된 목적으로 투자하는 산업이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주목적 재원에 60~70%를 의무적으로 할당하고 나머지는 주목적과 관련 없는 산업에 자유롭게 투자합니다.

피투자사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주목적 분야와 빈티지(결성일로부터 경과 기간)입니다. 빈티지가 짧을 수록, 본인의 사업이 주목적에 가까울수록 IR 미팅이 성사될 확률이 높습니다. 펀드 결성 초기~3년 내에 대부분의 자금을 소진하며, 만기까지 남은 기간 동안에는 사후관리에 집중하기 때문에 결성 초기 펀드에 연락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운용 중인 펀드는 보통 VC 각 사별 홈페이지에 공시되어 있으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공시 시스템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펀드 이름(핀테크·ESG·환경 등)을 통해 주목적 분야가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예비)창업자라면 아마 K-Startup 포털에 대해서 한번 쯤은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정부지원금 사업 뿐만 아니라, VC/AC에서 주관하는 창업 보육 프로그램 공고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투자 심사 과정

최종적으로 투자가 결정되기 까지 최소 2~3차례의 심사 프로세스를 밟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의사결정권자와 미팅을 잡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투자자 네트워크가 부족하기 때문에 불가능할 것입니다. 라운드가 거듭될 수록 네트워크는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정공법대로 말단 심사역 → 팀장 심사역 → CIO 순으로 설득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적합한 투자사를 찾았다면 미리 준비한 IR 자료를 정중한 멘트와 함께 심사역에게 메일을 발송합니다. 만약 심사역이 우리 회사에 관심을 보였다면 오프라인 미팅을 요청할 것입니다.

source: AndreyPopov

심사역들은 무수히 많은 기업을 검토합니다. 때문에 장황한 발표보다는 '5분 피칭덱'을 준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비즈니스 설명과 더불어 예상 질문을 준비하여 Q&A에 막힘없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차례 IR을 진행하다보면 자연스레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벤처캐피탈이라는 업의 본질은 투자 활동을 통해 자본 차익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한 기업가치 대비 몇 배수로 회수할 수 있을지를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둡니다. 따라서 기업가치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경쟁사 분석, IPO 또는 M&A와 같은 엑시트(Exit) 전략에 대한 질문을 자주 듣게 되실겁니다.

기업가치 협상

상장사는 매일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Mark-to-market) 바로 기업가치가 얼마인지 알 수 있습니다. 비상장사의 경우 최근 투자 유치에 적용된 기업가치 등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극초기 비상장 기업은 기업가치를 평가하기가 대단히 곤란합니다. 결국 인력 구성과 사업성 등 정성적인 요소를 종합해서 평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투자사와 피투자사간 이견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국내의 시드 라운드 회사 기업가치는 5억에서 100억 이상의 범위로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어 표준화하기 어렵고, 다수의 경우 시드 라운드 투자 유치시 기업가치를 공개하지 않는 편입니다. 투자 유치 시점의 협상력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피투자사 입장에서는 투자사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필요한 자금의 규모와 목표하고 있는 지분 희석 정도를 미리 설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시드 라운드에서 5%의 지분 희석을 목표로 2.5억원의 자금을 모집한다면 목표 기업가치는 2.5 / 5% = 50억원이 될 것입니다. 지분 희석 비율을 고정 후 현재 자금 상황(Runaway)을 고려하여 협상 가능한 기업가치의 마지노선을 정하는 것을 권고 드립니다.

투자 후 기업가치[Post (money) value]는 투자 전 기업가치[Pre (money) value]에 투자 금액을 더한 값입니다. 앞서 언급한 예시를 통해 살펴보면, 투자 후 기업가치와 투자 전 기업가치는 각각 50억원, 47.5억원 입니다.

투자 계약 체결

기업가치 협상이 마무리되면 투자사에서 투자 조건(발행 형태, 기업가치 및 기타 조건 등)을 요약한 문서인 '텀 싯(Term sheet)'을 발송합니다. 협상력의 차이에 따라 주식의 발행 형태(우선주 또는 보통주)가 결정되며, 투자자의 협상력이 높을수록 보통주 보다는 안전장치가 부여된 우선주(CPS, RCPS) 형태로 발행됩니다. 최근에는 발행 시점에 기업가치를 확정하지 않고 다음 투자 라운드의 기업가치에 연동되는 '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방식을 채택하기도 합니다.

SAFE 방식은 미국의 유명 AC 와이콤비네이터가 고안한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2020년 8월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에 따라 법적으로 가능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이 A 벤처캐피탈로부터 4억원을 SAFE 방식으로 유치하고 20%의 할인율을 약정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다음 라운드에 만약 100억원의 기업가치로 후속투자를 유치했다면, A 벤처캐피탈은 100억원에 20%를 할인한 80억원 기준으로 5%(4억원 / 80억원)의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투자 계약서는 독소 조항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가능하다면 법무법인의 법률 검토나 법무부의 스타트업 법률지원 서비스를 활용할 것을 추천 드립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제공하는 표준 투자 계약서의 경우 벤처캐피탈의 입장에서 작성된 계약서기 때문에 피투자사 관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만한 조항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향후 문제가 되지 않도록 계약 단계에서 철저히 체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맺음말

맺음말

[연도 별 신설 법인 및 초기 투자 유치 기업 수 추이]

source: thevc, 중소벤처기업부, note: 2022년 자료는 10월 누계 수치

최근 3개년(2020.01~2022.10) 국내 총 창업기업 수는 477,321개(기술기반 129,746개)입니다. 동일 기간 동안 시드 투자를 유치받은 기업(thevc 기준) 수는 2,099개로 총 창업기업 수 대비 0.4%에 불과합니다. 당연하게도 시드 투자를 유치해야 Pre-A 또는 시리즈 A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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