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 시장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SG 사태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본 기고가 게시될 시점에는 사건의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나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의 작성에는 5월 초 현재까지 공개된 공식적인 발표들을 참고하였으며, 언급한 일부 사실 관계는 수사 진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SG증권발 하한가 사태

(오랜 기간 동안 시세 조종 되었던 SG 사태 관련 종목들. 출처 = 뉴스웨이)

SG 사태는 지난 달 24일에 있었던 몇몇 상장 종목들의 무더기 하한가로 처음 대중에게 드러났습니다. 외국계 증권사인 SG(소시에테 제네랄)증권의 창구에서 나온 대량 매도 주문으로 의문의 주가 하락이 촉발되었으며, CFD를 통해 특정 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던 세력들이 모종의 이유로 금감원의 조사 대상이 되자 주식을 내던지며 매도 압력을 가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해당 주가조작 세력은 1,000여명에 달하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했습니다. 이중에는 뉴스를 통해 이미 많이 접했을 유명 연예인이나 의사, 상장사의 회장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시세 조종 수법과는 달리 수년에 걸쳐 장기간 주가를 부양하는 이례적인 방식을 취했으며, 이름을 대면 알만한 자산가들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CFD란?
CFD(차액결제거래, Contract for Difference)는 투자자가 실제 상품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매수 시점과 매도 시점의 가격 차액만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파생계약입니다.

(금번 사태에 SG증권이라는 생소한 외국계 증권사가 엮인 것은 Prime Broker를 통해야 하는 CFD 상품 특성 때문입니다. 출처 = 한국거래소)

상품을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대금 결제는 없으며 청산까지 계좌에 증거금을 갖추고 있으면 됩니다.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 매수가 가능하며 (증거금률 40%, 2021년 빌황의 아케고스캐피탈 사태 이후 규제 강화), 금번 사태에서 보여졌듯 반대매매(마진콜)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원금 이상의 손실을 볼 수도 있는 고위험 상품입니다.

때문에 CFD 계좌 개설을 위해서는 전문가 자격이 있거나 일정 수준의 소득 또는 자산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하지만 2019년 기준이 상당 부분 완화되어, 투자 여력이 있는 고소득자들은 누구나 쉽게 CFD 계좌를 만들 수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 세력의 주가 조작 구조. 출처 = 동아일보)

일부 보도에 따르면 해당 주가 조작 세력이 유치한 투자금은 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막대한 투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유명인들을 활용한 마케팅 외에도 신규 투자자의 자금을 유치 받아 기존 투자자의 엑싯(Exit)을 돕는 다단계(폰지) 수법이 활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주가조작이란

앞서 언급했듯 금번 주가조작의 특이한 점은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시세를 조종했다는 것입니다. 2-3년에 걸친 작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면서, 이쯤되면 조작된 주가와 정상적인 시세를 어떻게 구분해야할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자본시장법 제176조(시세조종행위 등의 금지)은 주가조작에 해당하는 행위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 조항은 항상 해석의 여지가 존재하며 다양한 판례의 참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엄밀한 정의보다는 주가조작의 대략적인 의미만을 살펴보겠습니다. (보다 정확한 법리적 해석은 여기를 참고)

시세조종 행위, 이른바 주가조작은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분류가 가능합니다.

  1. 타인의 그릇된 판단을 유도하는 이상 거래 행위
    대표적으로는 통정매매와 같은 위장매매 거래가 있습니다. 상호간 매매 시기, 단가, 수량을 정해놓고 장중 주식을 주고받으며 거래하는 수법인데, 가격과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부양해 일반 투자자들을 꾀기 위한 목적일 때가 많습니다. 현실 매매의 경우도 높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주가를 밀거나 끌어당기는 행위는 시세조종에 해당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2. 타인의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거짓된 사실을 퍼트리는 행위
    거짓으로 호재나 악재를 유포해 일반 투자자의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는 수법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주가조작 행위입니다.

이번 사건의 세력들이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한 거짓 호재를 유포(2 유형에 해당)했는지는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삼천리나 서울가스 같은 종목들은 때마침 러-우 전쟁으로 가스값이 폭등한 것이 호재가 되었으니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입증된 것으로 보이는 것은 통정매매 행위(1 유형에 해당)입니다. 주가조작 세력의 핵심 주체인 투자자문사는 투자자들의 명의로 200여개의 휴대폰을 개설해 직접 매매를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투자 일임을 받지 않은 주체가 고객의 자금을 운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며, 거래량을 띄우거나 가격을 부양하기 위해 고객 간 주식을 넘겨 받는 방식의 통정매매를 했다면 기획된 시세조종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불공정거래
자본시장법은 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을 방해하고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위를 불공정거래로서 규제하고 있습니다. 불공정거래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며 별도의 법 조항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1. 내부자거래 (자본시장법 제 174조,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행위 금지)
2. 시세조종행위 (자본시장법 제176조, 시세조종행위 등의 금지)
3. 부정거래 (자본시장법 제178조, 부정거래 행위 금지)

[참고자료]
개미 투자자 울리는 주식 '미공개 정보이용' 의 유혹 [Law談-김영기]
[리걸타임즈 ‘기업과 법']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주가조작의 입증과 처벌

이번 사건 세력의 주요 혐의로 여겨지는 통정거래의 입증에는 주문의 양태가 시세 조종성인지 입증하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통정매매의 의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매매 행위가 시세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말해 세력의 거래 행위로서 가격이 변화했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인데 그 이유는 시세조종 처벌 규정에 있습니다. 시세조종은 행위 자체가 아닌 부당이익의 규모에 따라 처벌이 정해지는데, 공범들이 얻은 부당이익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 징역,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불공정거래 벌칙 조항, 출처 = 자본시장법, 한겨례)

올해 초 1심을 선고 받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공범들의 경우도 시세 조종 사실은 인정되었으나 구체적인 이득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가장 낮은 수위의 처벌을 적용 받았습니다. 이득 본 사람은 찾을 수 없고 모두가 손해를 입었다 주장하는 지금의 상황도 분명한 이유가 있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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