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알려주지 않는 '매도 리포트'가 나오지 않는 이유
주가가 하락할 때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매도 리포트'가 나오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증시면에서 반복되는 기사가 있습니다. 증권사 리서치 센터에서 '매도 리포트'가 발간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인데요, 특히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매수 일색의 보고서 발표라는 내용이 투자자들의 분노를 사는 것 같습니다.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주식을 계속 사라니요? 🤬
목차
정말 매수 일변도인가?
매도 리포트가 발간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
리서치 레포트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K-힌덴버그를 기다리며…….
정말 매수 일변도인가?
서비스 공급자(Service provider)의 관점에서 리서치 센터를 한 번 살펴 봅시다. 리서치 센터의 주요 상품은 조사분석자료, 즉 리서치 리포트 입니다. 리서치 리포트는 거시경제 상황이나 개별 종목에 대한 분석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요 고객은 개인투자자가 아닌 기관투자자입니다. 구체적으로 애널리스트(금융투자분석사)의 주요 업무는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세미나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금융투자분석사의 수는 총 1,056명(1월 30일 기준)입니다. 금융투자분석사는 관련 자격 시험을 통과해야 하지만, 리서치 센터에서 1년 이상 근무하면 자동으로 자격이 주어집니다. 리서치 센터에 최초로 입사하면 RA(Research Assistant)로서 약 3~5년의 수련 과정을 거칩니다. 빈 자리가 생길 경우 자격을 갖춘 RA는 비로소 독립적인 애널리스트로 승격할 수 있게 됩니다.
1월 30일 기준 KOSPI 및 KOSDAQ 시장에 상장된 전체 종목 수는 2,561개입니다. 그리고 최근 3개월 이내 애널리스트의 추정치가 발표된 종목의 수는 553개입니다. 비율로 따지면 21.6%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게다가 최소 3개 이상 기관의 추정치가 존재하는 종목은 겨우 283개입니다.
최근 3개월 추정치 기준으로 한정한 이유는 정기보고서(사업보고서, 분·반기보고서)의 발간 주기가 3개월이기 때문입니다. 실적 발표는 애널리스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입니다. 최근 3개월 간 어떠한 리포트의 발표도 없었다면 이미 시장의 관심이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많은 기사에서 지적하듯, 실제로 국내에서 발간되는 리서치 리포트의 대부분은 '매수'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상술한 모집단 283개 종목에 대해 발표된 리서치 리포트의 투자 의견을 점수화*할 경우 평균 3.96점으로, 거의 4점(Buy)에 가깝게 나옵니다.
참고(dataguide 기준): Strong Buy(강력 매수)=5, Buy(매수)=4, Neutral(중립)=3, Under Weight(비중 축소)=2, Sell(매도)=1
국내에서는 매도 리포트가 거의 발간되지 않기 때문에 '중립' 이하 의견을 실질적으로 '매도'로 취급합니다.
매도 리포트가 발간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
분석 대상 기업과의 관계 등 지엽적인 문제도 있겠습니다만, '매도' 의견 리포트가 발간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 주식 시장에는 '매도' 리포트를 필요로 하는 공매도 투자자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2022년 일평균 KOSPI 총 거래대금 9조 84억원, 차입공매도 거래대금 4,515억원 기록하여 비중은 5.0%를 기록하였습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KOSDAQ의 경우 동년 일평균 총 거래대금 6조 9,006억원, 차입공매도 거래대금 1,326억원을 기록하였습니다. 비중은 1.9%에 불과했습니다.
즉, 국내 주식 시장 전체로 놓고 봐도 3~4% 비중에 불과하므로, 주가 하락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공매도 투자자를 위한 '매도' 리포트를 낼 여유가 없는 것입니다. 애널리스트 1인당 현실적으로 최대 10~15개의 기업을 담당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 시, 국내 투자자의 수요도 없고 IR 담당자의 심기를 거스를만한 '매도' 리포트를 낼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공매도는 '하락'을 통해 '이익'을 얻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매도의 순기능에 대한 학술적인 분석은 양서 추천으로 갈음하겠습니다.
리서치 레포트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가뭄에 콩 나듯 '매도' 또는 '중립' 리포트가 발간됩니다. 필자는 그 보고서를 반드시 읽는 편입니다.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한 방향을 가리킬 때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사람은 무언가 인사이트를 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2021년 카카오뱅크가 상장도 하기 전 한 애널리스트가 매도 리포트를 낸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공모가는 39,000원이었고,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목표주가는 25,000원이었으니 발표 당시 꽤 이슈가 되었습니다. 상장 후 리포트를 비웃듯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고공행진하였으나, 이후 지속 하락하여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목표주가 25,000원 수준 언저리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수' 의견도 다 같은 '매수' 의견이 아닙니다. 애널리스트가 적극적으로 '매도' 또는 '중립' 의견을 내지 않고도, 목표 주가를 하향하거나 리포트 본문 행간에 의견을 숨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표면 그대로의 투자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목표 주가의 변동을 유심히 살펴야 합니다.
상술한 모집단 283개 종목 중 "3개월 이내 발표한 투자 의견을 6개월 내 투자 의견 대비 하향"한 리포트(위 그림 ① 경우)의 비중은 1.6%에 불과합니다. 역시 투자 의견을 내리는 것은 부담스러운 모양입니다. 그런데 "3개월 이내 발표한 목표 주가를 6개월 내 목표 주가 대비 하향"한 리포트(위 그림 ② 경우)의 비중은 24.7%로 비중이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최근 1년간 시장이 완만히 하향 추세에 접어들면서 이에 따라 애널리스트들도 개별 종목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함으로써 대응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액면 그대로의 '매수' 의견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목표 주가의 변동 등을 입체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K-힌덴버그를 기다리며…….
국내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공매도의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내 주식 시장은 개인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일 평균 매수·매도대금 합산 비중 60~70%) 개인 투자자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를 실행할 방법이 제한적입니다. 실질적으로 매수(Long) 방향으로만 투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가 잃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공매도(Short) 투자자는 자연스레 척결의 대상이 되겠지요.
사실 공매도는 원금 초과 손실 가능성이 있는 매우 위험한 투자입니다. 가격은 무한대로 상승할 수 있지만, 0 미만으로는 하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론 상 (레버리지 1배 기준) 수익은 100%로 막혀있으나 손실은 무한대로 열려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국내 제도 자체가 기관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소위 '업틱 룰(Uptick rule)'에 대한 예외 규정이라던지, 무기한 대차 기간이라던지, 기관 투자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공매도의 순기능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해외에는 이런 것도 있다!'는 점에서 힌덴버그 리서치(Hindenhurg Research)의 사례를 들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2017년 설립된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입니다. 주로 가치가 부풀려진 기업에 대해 철저한 분석을 거쳐 공매도를 실행 후 해당 종목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공개적으로 발행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2020년에 수소 전기차 관련 스타트업 니콜라(Nikola)의 사기극을 밝히고 이에 대한 공매도로 큰 수익을 거둔 후 명성을 얻은 바 있습니다.
동사는 여전히 활발히 투자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상기와 같이 인도의 최대 재벌 아다니(Adani) 그룹의 부정 행위를 저격하는 리포트를 발표하였습니다. 발표 시점부터 현재(1월 30일)까지 아다니 그룹의 시가총액은 약 650억달러 가량 증발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전히 국내 실정 상 '매도' 리포트가 활성화되거나, 힌덴버그 리서치와 같은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등장하는 것은 요원해 보입니다. 다만, 수요(Demand)가 없는 상황에서 애먼 공급자(Provider)만을 탓하는 구도는 더 이상 언론 상에 등장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