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계 VC 심사역이 연구한 소싱과 쿠킹 방법 공유합니다
심사역의 평생 숙제, 비상장 딜을 잘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리고 소싱된 딜을 잘 요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벤처캐피탈에서 조성하는 벤처투자조합의 투자 Cycle은 딜 소싱 및 쿠킹 / LP 모집 & 펀드 결성 / 투자 집행 / 회수의 단계를 거칩니다.
이번 글에서는 딜 소싱 과 쿠킹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자료들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제가 딜소싱을 어떻게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설명드리겠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방식과 다를 수 있는 점 참고 바랍니다.
딜 소싱 방법
벤처캐피탈 심사역으로서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은 딜 소싱입니다.
상장 주식의 경우엔 HTS를 켜고 로그인만 하면 어떤 종목이든 매수를 할 수 있지만, 비상장 주식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맨 땅에 헤딩이라는 마음으로 회사를 직접 발굴해야 합니다.
다만, 최근에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이 많이 생겨나면서 비상장 주식도 일반 상장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비상장 회사에서 본인들이 발행한 주식을 예탁원에 전자 등록을 하게 되면 HTS를 통해서 주식 매매가 가능하지만, 이것은 예외적인 사항입니다.
상장되어 있는 회사를 제외하면 모든 회사가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회사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비상장 회사를 하나씩 찾겠다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딜소싱을 해야 효율적일까요?
인적 네트워크 활용
먼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주변 심사역들이 투자한 회사들을 소개받을 수도 있고, 본인의 친구가 창업한 회사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포트폴리오사의 대표님께서 추천해주시는 회사도 있을 수 있습니다. 주변의 인맥이 믿을 만한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이 방법이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이렇게 주변에서 소개를 받아 다 같이 투자하는 것을 Club-Deal이라고 하는데 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투자 심사역으로서 직접 처음부터 회사를 발굴하고 싶은 욕심도 크고 주식 투자는 기본적으로 독립적인 사고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타인의 의견에서 좀 자유롭게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입니다.
IR 행사 참여
최근 스타트업들을 소개해주는 IR 행사가 정말 많이 생겨났습니다. 꼭 오프라인이 아니더라도 유튜브를 통해 중개되는 행사(데모데이 등)도 많은데 의외로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할 수 있는 채널로 보고 있습니다.
데모데이를 주최한 투자사가 명망있는 회사라면 이들이 소개하는 회사 또한 일정 부분 신뢰를 가지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주최사가 선 투자한 회사일 경우 후속 투자 연결을 위해 숨길 부분은 숨기고 강조하고 싶은 부분만 강조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걸러서 볼 수 있는 인사이트가 필요합니다.
딜 소싱의 꽃, 직접 발굴
직접 방굴의 방법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다만 제 경우 기술 관련 기업에 관심이 많아 특허 검색을 투자사 발굴에 활용하는 편입니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KIPRIS)에 유망할 것으로 생각되는 기술명을 검색하면 해당 기술(특허)을 보유한 회사를 찾을 수 있고, 이러한 과정에서 기대보다 많은 원석을 발견해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특허법인 사이트를 통해서 심사 중인 특허까지 미리 확인을 하는 편입니다. (유료 자료라 공개하긴 어렵지만) 회사들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에 신경 써서 봐두면 좋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학술 사이트를 통해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미리 키워드를 머릿 속에 담아두는 것이겠죠.
상장 주식 모니터링
개인적으로는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를 많이 보는 편입니다. 상장 주식을 투자해왔기 때문에 증권사 보고서가 익숙해서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벤처 투자에도 상장 주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비상장 주식 투자의 Exit 창구는 대부분 IPO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Series A, B, C에서의 회사만 분석할 것이 아니라 이 회사가 IPO 이후엔 어떤 경로를 따라 성장할 수 있을 것인지, 상장 후 시장에서는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장 주식에 대한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 증권사 보고서는 꼭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말하는 목표 주가를 믿어서는 안 됩니다.) 유료사이트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한경 컨센서스"를 통해서 꽤 많은 리포트를 볼 수 있습니다.
딜 소싱 후 의견 수렴
여러 방법 중 제 개인적으로는 (독립적으로) 직접 발굴하여 투자하는 것을 가장 선호합니다. 주식 투자에서 남들이 투자한다고 따라 할 때 얼마나 큰 리스크가 따르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먼저 발굴한 딜들을 주변 심사역들에게 공유한 후 다양한 의견을 듣는 과정은 필수적으로 거칩니다. 독자적으로 발굴은 하되, 이에 대해서 시장의 평가는 어떤지 듣는 과정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VC 투자의 특성 상 소수의 심사역이 회사의 기업 가치를 매기게 됩니다. 소수의 생각이 대중을 대변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컬리가 이에 대한 가장 좋은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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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회사를 투자 상품으로, 딜 쿠킹
회사와 여러 차례 미팅을 진행하고 투자 OK 결정이 나더라도 본격적인 일은 이제 시작입니다. 딜을 투자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딜 쿠킹)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상장 주식의 경우 특정 회사에 대한 손익 추정 및 밸류에이션을 진행한 후 목표 주가와 현재 주가의 괴리가 클 경우 그냥 매수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비상장 주식의 경우엔 "매수" 버튼이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비상장 주식을 투자 상품으로서 만드는 추가적인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보통주를 발행할 것인지, RCPS를 발행할 것인지부터 발행가액에 대한 Refixing 조항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세부적인 사항을 정해야 합니다. 즉, 회사의 유상증자 발행 조건을 정하는 과정이 딜 쿠킹의 첫 번째입니다.
이후 (또는 동시에) 투자사가 가지고 있는 어떤 펀드에서 투자를 집행할 것인지, LP들이 요구하는 특정 조건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등 투자사 입장에서의 쿠킹 과정이 진행됩니다.
모든 참여자들이 만족할 만한 조건으로 발행 조건이 정해진다면 마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 쿠킹된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실제 투자금까지 납입된다면 길고도 짧았던 투자 여정이 일단락 됩니다.
오늘은 VC 투자의 시작이자 반이라고 할 수 있는 딜 소싱과 쿠킹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에는 딜 소싱 이후 VC 내부에서 어떤 절차가 진행되는지에 대해서 조금 더 상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