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명절 전문 블로그로의 변화
2024년 5월 - [설레는 첫 만남]
2024년 6월 & 7월 - [투자의 첫 단계 - 투자 확약 받아내기]
2024년 8월 - [설득의 연속 - 전체 IR]
2024년 9월[이걸 또 할 줄이야..LP 모집 시작!]
2024년 10~11월 - [행복회로야 멈추지 마..!]
2024년 12~2025년 1월 - [사랑하고 존경하는 LP분들께]
이제부터가 본격 시작
명절 전문 블로그로의 변화
안녕하세요
매 글마다 첫 문장이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로 시작하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저희 블로그 관리자 페이지 들어가는 방법을 잊어버렸을 정도로 오랜만이네요. 저번 추석 때 글을 올리고나서 설 연휴에 글을 올리게 됐으니 앞으로는 명절 전문 블로그로 포지셔닝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작년은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예상치도 못했던 이직을 2번이나 했고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느라 꽤 힘든 시간을 보냈거든요. 어쩌다 보니 제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증권사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하는 일은 똑같으니 하던 대로 일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더 많이 하고 있고 여전히 고통 받고 있습니다.
여러 변화를 거쳐 한 곳에 정착하게 된 지금 시점에서 새해부터는 더욱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다짐을 할 만큼 의욕이 넘치진 않습니다. 제가 평소에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모든 활동들에 흥미가 사라졌습니다.
작년 2월 퇴사를 하면서는 너무 같은 환경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일에 집중도 안 되고 열정도 사그라든 것이라 생각했고 약간은 다른 환경에 스스로를 던지면 나아지겠거니 싶었지만 변화된 환경에서도 이 일에 대한 재미나 열정은 그대로 꺼진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예전 만큼의 재미가 느껴지진 않습니다. 이게 번 아웃인진 모르겠습니다. 번 아웃이 올 만큼 열심히 했는지도 의문이거든요.
작년 7월 지금의 회사에 합류기 이전인 ‘24년 5월부터 프로젝트 펀드 결성을 위한 여러 업무들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24일 결성을 완료한 프로젝트 펀드를 진행하면서 겪었던 일들에 대해 제 생각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힘들었던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쨌거나 이 일을 앞으로 평생 한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힘들 땐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더 늦기 전에 배울 수 있는 시기인 것 같기도 하네요.
각설하고 제가 이번에 선정한 주제는 “프로젝트 펀드 결성 후기”입니다. 일반적으로 VC에서 운용하는 블라인드 펀드와 다르게 하나의 기업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프로젝트 펀드라고 합니다. 오늘은 8개월이 넘게 걸린 이 애증의 프로젝트 투자 건에 대한 얘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참고로 처음으로 프로젝트 펀드의 대상 회사(이하 “A사”)를 발굴한 것은 제가 L사에 다녔을 때고 실제로 딜은 B사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제가 이직을 여러 번 하다 보니깐 여러분께서 헷갈리실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고 시작합니다. 아차차 제가 4년을 다닌 회사는 S사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2024년 5월 - [설레는 첫 만남]
4년을 넘게 다닌 회사(S사)를 떠나서 새로운 회사(L사)로 이직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전 회사와는 다르게 밥값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꽤나 크다. 스스로를 주니어라고 칭하며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어릴 때부터 조그만 회사만 다녀서 그런지 나도 회사를 위해 실질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여러 루트를 통해서 투자할 만한 회사를 몇 개 찾았다. 그리고 한 곳씩 콜드 콜을 돌렸다. 콜드 콜은 성공 확률이 정말 낮은 방법이지만 주변에 딱히 물어볼 곳도 없기에 애용하는 딜 발굴 방법이다.
그렇게 정말 괜찮아 보이는 A사의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뚝-뚝- 연결음이 몇 번 울리지 않았을 때 회사의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정말 다행인 것은 이 회사가 B2C 사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어서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음에도 콜센터에서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콜센터를 통해서 회사의 투자 담당 임원 또는 대표이사와 연결될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
전화를 받아준 담당자는 이내 CFO 역할을 담당하던 임원의 연락처를 흔쾌히 건내주었다. 시작부터 느낌이 좋았다. 모든 것이 한 번에 잘 풀릴 것 같았다. 그렇게 5월 29일 회사와 첫 미팅을 하게 되었다. 이때는 A사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넘칠 때여서 이 회사 투자 건을 들고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물론 주변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진 않았지만 그만큼 행복회로가 풀로 가동됐던 시기였다.
독립에 대한 꿈은 접었지만 한 가지 더 고민이 있었다. 프로젝트 펀드 결성은 어찌저찌 한다고 치더라도 한 번 결성이 되면 이 회사가 상장을 해서 펀드를 청산할 때까진 나 역시 다니는 지금의 회사를 쭉 다녀야 할 텐데.. 내가 이 회사를 2년 3년 다닐 수 있을까?
이 생각이 들던 찰나에 좋은 기회가 생겨 지금의 회사(B사)에 이력서를 넣게 되었다.
2024년 6월 & 7월 - [투자의 첫 단계 - 투자 확약 받아내기]
6월 20일 면접을 보고 7월 초 합격 통보를 받았다. 앞으로 가게 될 회사는 적어도 3년 이상은 다닐 수 있을 회사라고 생각해서 7월에 첫 출근을 하게 되면 이 딜을 바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A사와의 미팅 빈도도 늘렸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A사 딜의 진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불안했을 테니 나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게 필요했다. 심지어 회사는 외부 투자 유치가 처음이기 때문에 더욱 더 나에 대한 신뢰가 필요했을 것 같다.
A사가 원하는 자금 조달 스케쥴이 있을 텐데 내가 이직을 하면서 그 일정을 못 지킬 수도 있게 생겼으니 회사가 다른 투자사들을 찾아다녀도 할 말이 없긴 했다. 실제로 A사에서는 여러 투자사들과의 IR을 진행했고 그걸 막아내는 건 내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설득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당시 내 입장에선 말로 설득하는 방법밖엔 없었다. 당시에 A사를 설득하면서 했던 말은 대략 이랬다.
“대표님께서 다른 투자사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제가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앞으로 제가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대표님께서 일궈온 업적에 제가 투자자랍시고 이래라 저래라 할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대표님의 전문 영역이 아닌 영역에서 제가 드릴 수 있는 도움을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추가적으로 나 혼자 회사에 대한 판단을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꼈고 이 회사의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사를 한 곳 초대하여 같이 검토를 시작했다. 이 부분도 A사의 대표님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러나 저러나 외부 투자 유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대표님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을 했던 것 같다. 결국 A사로부터 투자 확약을 받을 수 있었다.
2024년 8월 - [설득의 연속 - 전체 IR]
지금의 회사로 이직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내부 업무 프로세스에도 어느 정도 적응을 했고 이젠 A사 프로젝트 투자 안건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8월엔 A사의 공장 방문까지 마치고 간단한 자료를 작성해서 부서원 전체를 대상으로 IR을 진행했다.
아무래도 A사가 투자자들 대상으로 미팅을 많이 안 해 본 게 티가 났다. 부서장이나 부서원이나 이 회사의 장점에 대해서 알기엔 부족한 발표였고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내부 설득을 거쳐서 투자 건에 대해 부서 승인을 얻을 수 있었다. 어떻게 승인을 얻을 수 있었냐고? 어차피 내가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이었고 내가 어쩌다 펀드를 진짜 결성하게 되면 부서 수익은 올라갈 테니. 내부 승인을 받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앞으로 남은 일은 투자심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LP(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기관)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사실 이전까지의 프로세스는 블라인드 펀드의 투자 프로세스와 동일하며 특별할 것 없이 회사만 좋으면 얼마든지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이와 달리 프로젝트 펀드는 회사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LP들을 설득하는 일이 추가되기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결국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얘기다.😭
이전 회사에서 프로젝트 펀드를 몇 번 결성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잘할 수 있다고 스스로 되뇌었지만 그럼에도 시장 상황이 나날이 안 좋아지는 상황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LP들에게 자료를 던질 수 있는 시점은 아무리 빨라도 10월 초나 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많은 LP들이 자금 소진을 끝냈을 시점이라는 것도 고려해야 했다.
2024년 9월[이걸 또 할 줄이야..LP 모집 시작!]
9월엔 추석 연휴도 끼어 있어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했다. 추석 연휴 전에는 자료를 보내더라도 검토를 시작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에 추석이 끝나고 LP들 입장에서도 부담이 조금 덜할 시점에 자료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때까진 최대한 자료의 완성도를 높이기로 했다. 자료를 접수할 땐 Word 버전의 IM도 보내야 하고 발표용 PPT 자료도 만들어야 된다. PPT를 제대로 만들어 본 적이 없어서 비싼 돈 주고 온라인 강의도 들었다. 그렇게 뚝딱뚝딱 자료를 만들고 추석 연휴를 보냈다.
그리고 이 시점까지도 결정하지 못한 게 하나 있다.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를 GP라고 하는데 2개 이상의 운용사가 펀드를 운용할 때는 Co-GP라는 용어를 쓴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혼자 돈 모으는 게 너무 무서워서 같이 돈을 모을 다른 GP를 구할까에 대한 엄청나게 많은 고민이 있었다.
만약 다른 운용사와 Co-GP로 펀드를 결성하면 수익도 나눠야 하는데 그게 너무 아까웠다. 물론 앞으로 받게 될 정신적 고통과 대비해 보면 아까워 할 필요도 없었을 것 같지만.. 이런 저런 고민 끝에 2개의 회사에 Co-GP에 대한 의사를 확인했으나 결과적으로는 혼자 펀드를 결성 준비를 하게 됐다. 수익 배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도 혼자 돈을 모으는 것에 대한 부담도 컸기에 모순적인 마음이 계속 들었는데 속시원하게 혼자 하게 됐으니 아싸리 혼자 하고 혼자 다 먹어야겠다는 마음을 품고 자료 준비를 마쳤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자료를 보내기 전에 LP 리스트를 쭉 업데이트 했다. 정말 건방지고 안일했던 건 한 번에 모든 LP에 자료를 발송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간 중간 들려오는 회사의 업데이트는 너무나 긍정적인 소식들만 있었기에 소수의 기관에만 뿌려도 이 정도 금액은 충분히 모은다는 자신감이 생겼었다. 그래서 정말 빠르게 결정을 내려 줄 수 있는 기관들에만 자료를 접수했다.
2024년 10~11월 - [행복회로야 멈추지 마..!]
10월부터는 이미 완성된 자료를 여기 저기 뿌리는 일을 했다. 소수의 기관에만 자료를 뿌렸지만 이것도 나름의 전략이 있었다. LP들도 1년 동안 출자해야 할 금액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 금액을 맞추지 못하여 연말에 빠르게 출자를 해야 하는 기관들이 있었다. 이런 기관들 위주로 먼저 자료를 뿌렸고 소진 이슈가 있는 이들에게 A사는 상당히 훌륭한 투자 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료 접수 당시 초기 반응들이 나름 나쁘지 않았어서 예상과는 다르게(?) 빠르게 끝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10월이 끝나기도 전에 앵커 출자자(쉽게 말하면 펀드 결성액 중 가장 많은 자금을 담당하는 LP)를 구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나머지 출자자도 매칭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앵커 출자자가 요구하는 결성 기한에 대한 조건이 있었는데 이 조건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행복회로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갔다.
아차차! 첫 대면 미팅에서 알게 된 사실. 소진 이슈가 있다고 알고 있던 LP들의 올해 출자 사업이 끝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때는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난 5월부터 이 딜을 끌고 오면서 더 빠르게 할 수 도 있었는데 막연한 두려움에 딜을 너무 늦춘 것은 아닐지, 이 딜이 부러지면 회사에 끼친 피해는 어쩌지 등의 부정적인 생각도 들었고 아싸리 안 될 거면 빠르게 접고 맘 편히 내년 초에 다른 일을 하면 되지라는 이기적인 생각도 했었고 주변에서 굳이 프로젝트 하면서 힘들게 살지 말라고 하는 말에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건 A사를 위해서 또는 나를 믿고 가장 먼저 확약을 해 준 앵커 출자자를 위해서 무조건 끝내야 하는 미션이었다. 이때부터는 그동안 알고 지내던 모든 곳에 자료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대면 미팅까진 이어졌는데 LP들도 연말이 다가오면서 연내 출자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굳이 급하게 연내에 출자하면서 무리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누가 이 부담을 지려 할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반 검토를 위해 불렀던 투자사에서 내부적으로 부결이 나자 이 사실이 다른 기관들의 투심에 영향을 미쳤다. 한 곳이 부러지니깐 연쇄적으로 다른 곳이 부러지는 이 상황에 정말 힘들었다. 힘들다는 말로 부족한데 진짜 힘들었다.
이 와중에 A사에선 계속 좋은 소식을 보내왔기 때문에 미안했지만 LP 모집 상황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A사는 그럼에도 나에 대한 믿음을 계속 주었고 결성 기한을 연장하는 데 동의해 주었다. 이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당사자들간의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가장 많이 의존했던 사람이 한 명 있다. 이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은 중요하지 않았다. 인간관계를 이해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굳이 이 업계에 있지 않았더라도 터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A사와 중간중간 갈등이 있었을 때나 LP 모집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나 항상 제일 올바른 조언을 해 줬던 사람은 이 업계의 밖에 있었던 여자친구였다.
2024년 12~2025년 1월 - [사랑하고 존경하는 LP분들께]
시간이 진짜 촉박하다. 기존에 드랍 의사를 전달한 LP들에도 다시 한 번 검토를 부탁했다. 그 중 한 곳의 기관에서 다른 부서 통해서 추가 검토가 가능하다고 의견을 줘서 자료를 접수하고 미팅을 진행했다. 보통의 금융기관들은 접수 이후 승인까지 약 2달은 걸린다고 봐야 한다. 12월까지 승인 요청을 부탁드렸음에도 빠르게 진행해 준 이 기관들 덕분에 결국 펀드 결성에 성공할 수 있었다.
1월엔 펀드 결성을 위한 결성총회 작업 등의 백오피스 업무를 했다. 난생 처음 해 보는 업무에 이 글의 첫 문단에서 느꼈던 분노좌절슬픔을 동시에 느끼기도 했지만 결성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그렇게 앵커 출자자의 양해와 신규 출자자들의 빠른 검토 덕분에 모든 게 문제없이 끝났다.
결말이 너무 허무해서 쉽게 결성이 끝난 것 같은데 중간중간 말할 수 없는 내용들이 너무 많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이 일을 해 냈다는 것에 스스로 뽕이 굉장히 차오르는 한편 특히나 힘들었던 지난 2달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니 참..스스로가 안쓰럽기도 했다. 24일에 출자금 확인하고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노래 들으면서 지하철 타고 가는데 눈물이 한방울 또르륵 흘러 내렸다. 앞에 계신 할머니가 울지 말라고 사탕 하나 주시는데 눈물이 더 나올 뻔했다.
이제부터가 본격 시작
투자자 입장에서 펀드를 결성하는 건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투자한 회사가 잘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A사에 대한 포지션을 전부 정리하기 전까진 모든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모두가 웃을 수 있도록 힘써야겠다.
가장 우선은 A사의 성장과 상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게 모든 이해관계자가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 투자자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있기 때문에 A사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필요한 도움을 주고자 한다. 워낙 대표님께서 전권을 가지고 회사를 여기까지 성장시켰기 때문에 섣불리 회사의 경영 활동에 개입하는 것도 조심스럽긴 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금융기관으로서 도울 수 있는 부분에서 역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투자 계약서상에 여러 이슈가 발생할 때를 대비한 조항들이 박혀 있지만 그런 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이 회사가 언젠가(바라건대 2년 이내) 상장했을 때 우리의 임무를 다하고 떠나고 싶다.
이번엔 모든 것이 맞물려 결성에 성공했다고 믿는다. 운이 정말 좋았다. 다음에 또 이런 운이 보장되지 않는가는 것도 알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펀드를 결성하고 같은 희노애락을 겪겠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배웠던 것들은 절대 잊지 말고 더 나은 투자자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