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벤처 투자 시장을 확대한 요인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다만 제가 언급한 것은 투자 업계 기준에서의 확대 요인이었죠.
의외로 높은 펀드 수익률과 안정성, 그러나
기관투자자(GP/LP)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유동성을 여러 투자처에 뿌려야 했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주는 것처럼 보였던 벤처투자에 대한 비중을 늘릴 유인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과연 사회 전체의 부를 배분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벤처투자가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까요? 벤처투자가 안정적인 수익률을 낸다고 하는 근거는 저번 글에도 나왔듯이 벤처투자조합의 청산 수익률이 기록한 지속적인 (+)의 수익률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벤처투자조합은 포트폴리오 이론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출자금을 여러 개의 벤처 기업 주식에 흩뿌려놓는 방식의 투자입니다. 사실 정말 많은 벤처 기업, 아니 대부분의 벤처 기업이 미션을 달성하기 전에 폐업 절차를 밟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꾸리지 않고 특정 몇 회사에 집중 투자를 하는 것은 정말 엄청난 용기와 확신을 필요로 합니다.
벤처투자조합은 외부에서 봤을 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주는 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적지만), 벤처투자조합에서 투자한 개별 회사 차원으로 보면 절대 안정적인 상품이 아님을 위 자료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의문이 들었던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내가 투자한 회사들은 예외일 것이고 모든 회사가 유니콘, 데카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입니다.
다만 1~2개의 회사가 살아남아, 나머지 회사의 폐업에 따른 손실분을 다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으로 성장하길 바라며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금의 출처입니다.
벤처투자는 사실 세금으로 한다?
벤처투자조합의 출자금 중 20% 정도는 우리의 세금입니다. 우리의 세금이 꽤 이른 시일 내에 폐업 절차를 밝게 될 벤처 기업으로 흘러가는 것이죠. 다만 지금 투자하는 이 벤처 기업은 특별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가도를 달릴 것이라는 기대와 투자자로서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지원하겠다는 마음은 당연히 가지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통계적으로) 많은 스타트업이 문을 닫는 것은 사실이니깐요.
그렇다면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벤처투자조합이 10개의 벤처 기업에 투자하고 이 중 9개가 폐업을 한다고 하면, 우리의 세금은 올바르게 쓰인 것일까요? 겉으로 보았을 땐 그래도 수익을 냈으니깐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자본 배분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기회비용을 따져볼까요? 다른 투자처 대비해서도 더 좋은 선택이었을지?
투자를 안 하고 다른 형태로 국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했다면 어땠을지? 아니면 부채 상환을 했다면? 이런 다양한 기회 비용을 고려했을 때에도 벤처 투자가 우위에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뜬금 없을 수 있지만 본 글은 국내에서 "현금의 재발견"이라는 책에 소개된 내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성하게 된 글입니다. 이 책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자본 배치의 관점을 한 회사가 아닌 사회 전체로 확대해서 보고 싶었습니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벤처 투자 시장이기 때문에 거시적인 시야에서 사회의 부가 어디로 흘러가게끔 해야 하는지에 관심이 생겼던 것이죠.)
그럼에도 망하는 회사에 투자를 해야할까?
벤처투자조합 출자자 내에서 정책자금의 비중이 큰 것은 맞지만 벤처투자 시장 자체가 다른 투자 시장에 비해 작기 때문에 절대적인 금액 자체는 크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정도의 금액을 투입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으며 우리의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말 많은 벤처 기업들이 폐업을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투입한 금액은 사라지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이 언젠가 다시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올까요?
오히려 이들에게 투자를 하기보다는 대기업에 세액 공제 혜택과 같은 지원책을 제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요?
저는 이러한 의문들에 실마리를 제공할 정량화된 데이터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퀄리티가 높은 벤처 기업을 골라 이 모든 우려를 애초에 불식시키는 것입니다. 상장 주식을 운용하던 펀드매니저 때와는 다른 점이 이 부분입니다. 시세 차익만을 목표로 하던 투자에서 벗어나 좀 더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거시적인 투자를 집행한다는 것이 조금 더 책임감 있는 투자자로 만들어줬고 항상 책임감을 가지고 투자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과 이 질문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