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B00K REVIEW
안녕하세요
지난 프로젝트 펀드 결성기 이후로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증권사로 이직을 하고 이런 저런 일들을 하면서 보내다 보니 책을 많이 못 읽어서 아쉬웠던
상반기였습니다. 그럼에도 오늘은 제가 상반기에 읽었던 책 중 몇 권에 대한 리뷰를 남기려고 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싶었는데 비즈니스와 투자 분야의 책을 위주로 읽었는데요.
각설하고 책 소개를 시작하겠습니다.
<1> 가난한 찰리의 연감
찰리 멍거는 제가 투자의 세계에 처음 입문했을 때부터 가장 많은 영감을 줬던 현인입니다.
심리학에 대한 중요성, 다학제적 접근 방식 등 찰리 멍거는 투자를 넘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조언을 남겨준 분이기 때문이죠. 버핏이 투자에 몰빵된 할아버지라면 멍거는 조금 더 현인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이 글에선 다만 투자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해서 쓰려고 합니다. 이 글에 나온 멍거의 투자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영진을 신뢰할 수 있는가
우리 평판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가
일이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가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현금을 투입해야 하는가
예상되는 현금흐름은 얼마인가
이 중 1번이 당연히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영진을 신뢰할 수만 있다면 나머지 문제들은 다 해결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경영진의 능력에 대한 신뢰만 있다면 투자자인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그 과실을 누리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는 그 거인의 어깨에 올라 타 명성을 얻을 수도 있고 부를 얻을 수도 있는 것이죠.
평판도 중요하죠. 아무리 그동안 높은 수준의 신뢰를 달성하고 유지하였더라도 한 번에 무너지기도 하는 것이 평판입니다. 한 번 무너진 평판은 그 이후의 사업을 어렵게 만들죠. 한 번 잘못된 투자를 하게 되면 낙인이 찍히기도 하는 업계이니 이와 관련해서는 VC 심사역분들도 많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갑자기 평판 하니깐 쓰고 싶은 말이 생겨서 괄호 치고 씁니다.
그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는 것만이 확실한 사실인 이 업계에서 일이 잘못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습니다. 다만 잘못된 정도가 재기가 불가능한 수준이 되지 않게끔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죠. 0 아니면 1의 사건에 베팅하기보다는 적당한 수준의 수익을 복리로 불리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중요하다는 사실..!
그런데 평판에 관한 부분과 모순이 생기는 것을 느끼셨나요? 모 아니면 도의 사업을 하는 업체에 투자하여 모가 나왔다고 하면 투자자에 대한 평판은 급격하게 올라갑니다. “야 쟤가 그 회사 투자한 애잖아. 쟤만 믿고 가자”는 식인 거죠. 하지만 실상은 저거 하나 빼고 다 망한 사람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다음으로,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현금이 필요한 사업이냐? 이 부분에 대한 가장 좋은 사례는 시즈닝 캔디인 것 같네요. 추가적인 현금 지출이 없이도 누적된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가격을 높일 수 있었던 시즈닝 캔디는 정말 이상적인 투자처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점유율의 방어를 위해 지속적인 출혈이 필요한 경우는 투자처로서의 가치가 높지 않죠.
<3> 제로투원 부분에서 독점이 최고다!라고 써놓았지만 독점이라고 다 같은 독점이 아니고 결국 독점을 유지할 수 있는 해자가 무엇이냐를 같이 살펴보는 게 필요합니다.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독점은 실제로 남는 게 많이 없을 수 있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브랜드 파워라는 무형의 자산을 기반으로 한 독점은 정말 파워풀할 수 있는 것이죠.
<2> 거래의 기술
트럼프가 미친 사람이라고만 생각헀지 대단한 사람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해 봤는데 미국 대통령은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책 첫 부분엔 트럼프의 하루 일상을 분 단위로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거래처와 전화 통화를 하며 보내는데 시간을 정말 촘촘하게 씁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무언가를 읽으며 보낸다고 하는 버핏과는 정말 상반된 모습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대단하다는 생각만 하면서 읽고 있었는데 그럼 어떤 부분이 그렇게 특출난 것일까 생각했는데 결국 필요한 곳에 최고의 인력을 투입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애매한 인력을 투입해 결과를 망치는 것이 아닌 더 많은 돈을 쓰더라도 최고의 사람을 써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고 그로부터 최대한 뽑아낸다가 트럼프의 전략인 것 같습니다.
사업이든 정치든 결국 다 사람이 하는 것이니 최고의 인력을 쓰는 데 돈을 아끼지 말아야겠죠? 좋은 인재의 채용을 고려하는 대표라면 스타트업 단계에선 비용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S급 인재 1명을 쓰기보다 A급 인재 3명을 갈아 넣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이 내용에 대한 가장 좋은 반례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되겠네요. 버크셔 안에도 버핏과 멍거를 돕는 수많은 조력자가 있겠지만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이 둘에 의해서 이뤄지니깐요.
대기업뿐 아니라 문제를 재정의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야 하는 사업의 초기 단계에서도 트럼프가 보여준 것처럼 S급 인재를 쓰는 편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관리하고 있는 수많은 포폴사들에서도 HR에서 서로 다른 전략으로 사업을 이어 나가고 있는데 많은 실증 사례를 경험하면서 이 또한 다음 기회의 글로 다룰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3> 제로투원
이 책의 핵심은 독점입니다. 솔직히 다른 내용은 기억이 안 납니다. 읽은 지 시간이 좀 지나기도 했지만 그만큼 독점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중요해서 다른 부분은 기억에서 사라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큰 시장에서 독점하는 게 아닌 작은 시장에서 독점을 이루고 차근차근 주변 영역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가는 것이 맞다는 게 피터 틸의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기업들은 종종 투자자들로부터 시장이 너무 작다는 피드백을 받습니다. 그런데 엄청나게 큰 시장을 한 기업이 독식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이 시장에 속한 플레이어들은 필연적으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애플과 테슬라처럼 아예 없던 시장을 만들어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누렸던 이들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입니다. 이런 기업들조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규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게 되면 점유율을 뺏기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시장 선도자의 위치에서 누릴 수 있는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고 후발주자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또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겠죠.
생각해 보면 큰 시장이라는 것은 이미 선두주자들이 판을 만들어 놓고 선두자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후발 업체들은 투자자들에게 이 큰 시장에서 1%만 먹어도 매출 1조 원이 가능하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물론 이게 가능만 하다면 되게 설레는 일이겠죠. 그리고 투자자들 역시 굳이 아무것도 없는 시장을 만들겠다고 온갖 위험을 무릅쓰는 선발 주자에게 투자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안전하게 후발주자에게 투자하면 그만일 테니깐요.
결국 중요한 것은 작은 시장에서의 독점입니다.
저 또한 최근에 이런 생각을 적용할 수 있는 사업 또는 산업이 어디일까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나름대로 어느 정도의 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에 글을 써봐야겠습니다.
<4>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이 책은 여자친구가 너무 장르 편식이 심하다며 강제로 읽게 한 소설입니다.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사기까지 30분 동안 생떼 부렸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사달라고 했던 책은 분명 이게 아니었는데..그런데 막상 책을 열고 나서 너무 재밌게 읽었던 책입니다.
주인공 여자는 23살의 나이에 일본으로 유학을 갔고 일본에서 일본인 남자와 만나 동거를 하게 됩니다. 점점 커져가는 그녀의 사랑과 달리 일본인 남자는 그녀에게 무심해져만 갔고 여자 주인공도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지쳐갑니다.
결국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한 그녀는 한국에 와서도 그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데, 정말 우연히 한국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저는 지금의 여자친구이자 미래의 와이프가 첫사랑이라 감정이입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투자 업계에 계신 많은 동료분들은 이런 말랑말랑한 책을 읽으면서 잠들어있던 감성을 깨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 소설은 남자의 관점을 담은 버전과 여자의 관점을 담은 2권으로 각각 출판되었는데, 저는 여자 버전으로 읽었습니다.
<5>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
이 책은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님이 쓰신 책으로 스타트업 업계에 입문하거나 창업을 고민하는 미래의 창업가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집필한 책입니다.
최근에 많은 회사들을 검토하고 실제 투자를 집행하면서 창업가들이 어떤 힘든 과정을 거쳐서 창업을 결심하고 이 업계에 뛰어들었는지에 대한 공감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차가 쌓이면서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월급을 받기 위한 행위처럼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창업가들에게는 인생을 건 도전인 데 반해 제게는 17시 30분 전에 끝내야 할 일에 불과한 것처럼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이 업계에 대한 열정 또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촉매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이 책을 발견하게 돼서 첫 장을 피고 그렇게 마지막 페이지까지 쉬지 않고 읽게 됐네요.
책 중간중간 나오는 3개의 창업 사례가 있는데 지금은 모두가 아는 배달의민족 초창기 얘기도 들어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지금은 성공한 사례이지만 창업 초기엔 지금과 같은 성공을 예상하기 힘들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과연 나였으면 저 단계에서 투자를 할 수 있었을까 또는 이 사업은 왜 성공한 것일까와 같은 고민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배민은 사람들의 변하지 않는 욕구를 잘 채워준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집에서 밥을 먹는 방식은 직접 만들어 먹거나 또는 배달 시켜먹거나 둘 중 하나뿐인데 이 중에서 배달 음식을 먹는 방법을 더 편하게 만들어 줬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편한 방식을 찾는다는 것은 변함없는, 변하지 않을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민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책에 또 다른 사례로 나오는 소개요는 왜 배민과 같이 성공하지 못했을까요? 소개요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서비스였습니다. 다른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욕망인데, 왜 이 서비스는 지금 자취를 감췄을까요?)
이 책은 동기부여를 위한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정도 각오가 안 돼 있으면 하지 마! 라는 느낌이 더 강했는데 오히려 이렇게 힘든 길을 선택한 이들의 열정에 대한 부러움과 함께 다시 이 일에 흥미를 되찾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스타트업의 성공은 비정형적입니다. 성공한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성공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관성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오늘은 상반기에 읽었던 책들 중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책들 몇 권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저 책들을 읽어보셨거나 이 글을 통해 책을 읽으신 분들은 같이 생각을 교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