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투자 의사결정은 “시장 선택 → 종목 선택 → 진입 → 퇴출”의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자금관리는 모든 과정에 관여되어 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습니다.
사실 이미 여러분들도 투자를 하실 때 암묵적으로 자금관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투자가 이루어지는 사고의 흐름을 단계별로 따라가보겠습니다. 우선 주식·채권·암호화폐·현금 등 각각의 자산군에 대해서 어떤 비중으로 투자할 지 결정해야 합니다. 암호화폐 시장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면, 어떤 암호화폐 종목에 어떤 비중으로 투자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진입할 때는 자산의 몇 퍼센트를 투입해야 할까요? 만약 수익이나 손실을 냈다면 다음 진입할 때 의사결정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이처럼 투자 의사결정의 각 단계별로 자금을 어떻게 분배(Allocation)할지 결정하는 것이 자금관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장 간 또는 종목 간 분배’의 문제는 노벨 경제학상에 빛나는 해리 마코위츠(Harry Markowitz)의 포트폴리오 이론을 통해 설명된 바 있습니다. 즉,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 또는 종목을 충분히[1] 섞는다면 위험 대비 수익률이 증가하는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source: Wikimedia commons, note: 해리 마코위츠 – 포트폴리오 이론
그러나 ‘종목 내 분배’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수의 투자자들이 명확한 기준 없이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한 번의 투자에 투입할 자금의 크기, ‘베팅 사이즈’를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베팅 사이즈를 잘못 설정하면 한 번의 의사결정으로 계좌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는 반복가능 해야 합니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 진입과 퇴출에 대한 시나리오를 명확히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카지노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마틴게일(Martingale)에 대해 들어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소위 ‘물타기’라고 불리는 유서 깊은 자금관리 기법인데요, 물타기가 왜 자금관리인지 반문하실 수 있겠지만 나름의 수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마틴게일은 패배할 때마다 판돈을 2배씩 키우는 전략입니다. 아래와 같이 이길 때마다 판돈의 2배를 받고 지면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내기를 한다고 가정합시다.
내기 결과 6번 연속으로 패배하더라도 마지막 한번의 큰 승리로 이전까지의 손실을 모두 만회했습니다.[2]
그런데 과연 마틴게일은 좋은 자금관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일단, 6번 연속으로 지는 동안 심리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또한 투자자가 가용할 수 있는 자금도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마틴게일을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매매 당 이익을 거둘 확률(승률)이 50% 이상이라면 상당히 훌륭한 투자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승률 50%의 전략을 가용할 경우 연속으로 6번 질 확률은 1/26 = 약 1.6%인데, 문제는 1.6%가 금융 시장에서 그리 드문 확률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연속적으로 승리를 거둔 상황에서는 어땠을까요?
7번 연속으로 이기는 행복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베팅 사이즈를 늘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익을 극대화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마틴게일은 ‘이익 극대화, 손실 최소화’ 관점에서 효과적이지 않은 자금관리 기법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즉, ‘불타기’ 라고 불리는 역-마틴게일(逆-Martingale)입니다. 이번에는 6번 연속으로 승리 후 마지막에 패배하는 경우를 가정해 봅시다.
안타깝게도 마지막 1번의 패배로 인해 이전까지 누적 손익을 모두 날리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무한정 베팅 사이즈를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승리할 때 이익은 지키면서 손실은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역-마틴게일을 응용하여 실제 투자 전략에 적용가능한 ‘사이클 자금관리’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