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그냥 멋진 사람이 아니라 얼굴 모를 누군가도 내 발자취를 쫓으며 감탄하고 영감을 받게 하는 그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러려면 나는 사업을 해야해!

사업으로 을 왕창 벌고 그 돈을 좋은데 쓰겠어. 그럼 진짜 멋있잖아."

당찬 을 자신있게 이야기했던 저는 여전히 매달 월급을 주는 회사에 감사하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사업을 하겠다던 포부는 고이 넣어둔채 대학원과 몇 군데 회사를 전전했고, 우연한 기회로 벤처캐피탈이라는 곳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투자심사역이라는 직함을 달고 내 것이 아닌 남의 사업에 투자하는 일을 하고 있죠.

이지만 존경합니다 대표님들

평생 공대생이었던 저는 돈을 쫓아 이름도 생소한 이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소위 말하는 금융맨이 된다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사업은 수단일 뿐이니 무엇으로든 돈을 많이 벌고 좋은 곳에 쓸 수 있다면 괜찮다고 위안했습니다. 하지만 이 바닥의 오래된 누군가가 말해주더군요. 돈과 이성은 쫓으면 도망가는 법이라고.

이라는 건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을 바꿔 말하면 아직 유효하다는 뜻이 되기도 하니까요. 유통기한이 얼마 남았는지 모를 삭은 꿈에 좀 더 다가가기 위해, 저는 다시 진지하게 에 대해 탐구해보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고, 돈을 좋은데 쓴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래서 내 꿈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알기 위해 말이죠.

앞으로 하게 될 이야기들은 앞선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일 것입니다. 만약 이곳에 약간의 실마리라도 남길 수 있다면 훗날 누군가에겐 고맙고 멋진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더보기)

제 전공은 화학공학입니다. 하지만 저는 공학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적성에 맞아 그럭저럭 잘 해나갈 수 있었던 일이었지만 무언가를 좁고 깊게 탐구해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제겐 항상 부담이었습니다.

틈만 나면 학교 밖에 재밌는 일을 찾아 떠났고 나름대로 뭔가 있어보였던 창업 프로그램이니 컨설팅 인턴이니 하는 것들에 꽤 열정을 쏟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학자나 연구자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기로 결심을 했죠.

하지만 타고나길 Risk-adverse했던 저는 대학원 진학을 택했습니다. 전공에 쏟았던 노력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석사 학위라도 필요할 것 같았죠. 그와중에 무언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을 공부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습니다. 그래야 사업이든 뭐든 연구가 아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요.

제가 택한 전공은 배터리였습니다. 테슬라 전기자동차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당시를 떠올리면 운 좋게도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에 베팅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연구도 그럭저럭 성과를 내주었지만 속으로 은근히 기대했던 사업화창업이니 하는 재밌는 일은 결코 자연스럽게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개발자가 되어야 사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딱딱하고 어려운 제조업보다는 아이디어 하나로도 사업을 할 수 있는 IT 서비스가 좋아보였습니다. 대학원을 나와 개발자로 취업을 했고, 퇴근 이후에 따로 스터디를 하며 2년 반을 꾸역꾸역 일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곳에도 쉽고 재밌는 길은 없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제너럴리스트의 커리어를 생각하게 된 건 이 시점이었습니다. 싫어하는 걸 피해 도망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내가 가진 무언가가 도움이 되었으면 했죠. 슬프게도 제겐 복잡한 문제를 끈기 있게 풀어나갈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별 것 아니어보였던 창업자들의 고민과 노력이 내가 가진 것과는 깊이가 다름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산업을 경험해본 제너럴리스트를 나의 커리어 패스로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원래의 전공을 살려 반도체 회사 공정 엔지니어로 재취업을 했죠. 잠시 거쳐가는 회사로 계획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빨리 회사를 나오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투자라는 일을 시작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돈을 '잘' 번다는 것?

작년 우리는 자본시장의 너무나도 이상한 현상들을 목격했습니다. 자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다 못해 밈 주식, 밈 코인의 가격 상승 소식이 연일 화제를 몰고 다녔죠. 제가 좋아하는 테크 회사들의 시가총액은 천정부지로 솟았고, 비상장 회사들은 상장 주식의 가치를 넘어 또다른 별나라의 비전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게 정상일까라는 의심이 돈은 이렇게 버는 거구나라는 확신으로 바뀔 무렵, 한없이 친절했던 시장은 언제 그랬냐는듯 무섭게 돌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환희에 젖었던 투자자들은 실패자로 전락했고, 우리와 같은 경험이 적은 젊은 투자자들은 패배감에 시장을 떠나거나 또 다른 High risk를 질 궁리를 하고 있죠.

저는 지난 시장의 높은 파고 속에서 비범한 기회를 잡아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을 이만 놓아주기로 했습니다. 따라할 수 없는 그들과 방식을 따르기 보단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가꾸는 것이 건강한 일이라 스스로를 설득하려 합니다. 내가 져야 하는 리스크를 명확히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곳에 베팅하는 것, 그리고 그 보상이 생각만큼 작지 않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더 이상 조급함에 가슴 졸이지 않고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돈을 '잘' 쓴다는 것?

제가 존경하는 누군가가 돈을 벌기 전에 돈을 어디에 쓸지 생각하라고 하더군요. 벌어본 적도 없는 돈의 사용처를 미리 정하라니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 없습니다. 다만 갑자기 돈을 번 사람들의 소란거리를 신문 사회면에서 접할 때마다 어렴풋이나마 그 말의 뜻을 짐작하고 있습니다.

돈을 버는 것은 능력이겠지만 돈을 쓰는 것은 철학이고 인생인 것 같습니다. 회사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미션이 자본배치이듯 우리는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자본을 내 삶 어느 곳에 배치할지를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내 가족이 모여살 집, 퇴근 길 조용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멋진 차를 살 수도 있구요. 좀 나아간다면 다른 사람을 위한 무언가에 돈을 쓴다면 더 좋겠죠.

돈을 쓸 곳을 정해놓는다면 자연스레 돈을 벌어야겠다는 의지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돈을 벌고 싶어하지만, 진심으로 노력할만한 동기가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돈 버는 이야기가 아니면 모든 것이 재미 없게 느껴졌던 불과 며칠 전의 나를 반성하며, 내 취향과 생각 그리고 철학을 만들어야겠다 다짐 합니다.

우리 블로그의 시작 (2022. 12. 29)

이곳에서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 그리고 제가 했던 일로부터 얻었던 돈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을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여러 산업을 찍먹해본 전직자로서, 현직인 투자자로서,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는 예비 창업자로서 재밌는 이야기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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